
경제학이라고 하면 거시경제, 환율, 금리 같은 큰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건 미시경제학이에요. 미시경제학은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하고, 기업이 어떻게 생산하며, 가격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정해지는지를 다룹니다. 장바구니 물가, 치킨값, 넷플릭스 요금제 이런 게 전부 미시경제학의 주제죠.
소비자의 선택
소비자는 항상 한정된 예산 안에서 효용, 즉 만족을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점심값 만 원으로 국밥을 먹을지, 햄버거 세트를 먹을지,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음료까지 더할지 고민하는 순간이 바로 소비자 선택이에요.
여기엔 기회비용 개념이 숨어 있습니다. 국밥을 선택하면 햄버거를 먹을 기회는 사라지고, 여행을 가면 그 돈으로 사고 싶던 옷은 포기해야 하죠. 늘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게 핵심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한계효용 체감이에요. 커피 첫 모금은 꿀맛인데 세 잔 째는 별 감흥이 없듯, 같은 재화를 소비할수록 추가 만족은 줄어듭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로, 처음 최신 기기를 살 때는 만족도가 크지만 매년 교체하면 감흥이 떨어집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덜 사게 되고, 가격이 내리면 더 사게 되는 겁니다.
가격탄력성
모든 상품이 똑같이 반응하는 건 아닙니다. 라면이나 전기처럼 꼭 필요한 필수재는 가격이 올라가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아요. 하지만 명품 가방처럼 사치재는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소비가 확 줄어듭니다. 이를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라고 해요. 기업은 탄력성이 높은 상품에는 할인 전략을 쓰고, 탄력성이 낮은 상품에서는 가격을 올려도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활용합니다.
기업의 선택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입니다. 그래서 노동, 자본, 원재료,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면 효율적 일지를 고민하죠. 치킨집을 예로 들면, 하루 50마리까지는 인건비가 크게 늘지 않지만 100마리를 넘어가면 추가 직원을 고용해야 해서 비용이 확 늘어납니다. 이게 바로 규모의 불경제예요. 반대로 반도체 공장은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단위당 비용이 줄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합니다.
기업은 이런 비용 구조를 보면서 가격을 정합니다. 경쟁자가 많으면 가격을 낮추고,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면 가격을 높일 수도 있죠. 결국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하게 됩니다.
시장과 균형
소비자와 기업이 만나는 곳이 시장입니다.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균형 가격과 균형 거래량이에요. 가격이 너무 높으면 재고가 쌓이고, 너무 낮으면 물건이 부족해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가격은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습니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이런 현상을 뜻합니다.
외부 요인으로 균형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소득이 늘면 수요가 커져 가격과 거래량이 동시에 오르고, 기술이 발전해 생산비가 줄면 공급이 늘어 거래량은 늘지만 가격은 떨어지죠. 시장이 안정적이면 충격을 받더라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격이 크게 출렁입니다.
후생과 정책
경제학은 단순히 가격만 보는 게 아니라, 거래에서 누가 얼마나 이득을 보는지도 따집니다. 소비자가 느끼는 이득을 소비자잉여, 기업이 얻는 이득을 생산자잉여라고 해요. 세금이나 보조금, 가격 규제가 들어오면 이런 잉여가 줄어들고, 전체 후생이 줄어드는 사중손실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책은 효율과 형평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해야 합니다.
시장 구조와 게임 이론
현실의 시장은 크게 네 가지 구조로 설명됩니다. 편의점처럼 기업이 많고 제품이 비슷하면 완전경쟁시장, 전기처럼 한 기업만 공급하면 독점시장, 통신처럼 소수 대기업이 지배하면 과점시장, 카페처럼 브랜드는 많지만 서로 차별화가 되는 경우는 독점적 경쟁시장입니다.
특히 과점시장에서는 게임이론이 중요합니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동시에 가격을 올릴지, 먼저 할인 이벤트를 할지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는 거죠. 통신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플랫폼 경제
요즘은 플랫폼 시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배달앱, 택시 호출앱, SNS는 양면 시장 구조라서, 한쪽 이용자가 늘면 다른 쪽 가치도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수수료 구조나 보조금 설계가 핵심 이슈가 되죠. 동시에 알고리즘과 락인 효과가 새로운 진입 장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행동경제학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으로만 선택하는 건 아니에요. 편의점 1+1 행사에 불필요하게 지갑을 열거나, 무료배송 조건을 맞추려고 더 사는 경험 다들 있죠? 이런 심리적 요인도 수요에 큰 영향을 줍니다. 미시경제학은 원래 합리적 인간을 가정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행동경제학이 보완해 줍니다.
정보 비대칭
중고차 시장을 떠올려 보세요. 판매자는 차의 상태를 잘 알지만, 구매자는 잘 모릅니다. 이럴 땐 불량품이 거래되는 ‘레몬시장’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험, 의약품, 심지어 온라인 쇼핑 리뷰까지 정보의 불균형이 있으면 거래가 왜곡돼요. 그래서 신뢰 장치가 꼭 필요합니다.
외부효과
내가 차를 몰고 다니면 대기오염이 생기고, 옆집에서 꽃을 심으면 동네가 예뻐집니다. 이렇게 개인의 선택이 제삼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외부효과라고 부릅니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세금이나 규제로 줄이고, 긍정적 외부효과는 보조금으로 늘리는 게 정책의 역할이에요.
공공재와 무임승차
국방, 치안, 도로처럼 모두가 함께 쓰지만 누군가는 비용을 안 내고도 혜택을 누리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무임승차 문제입니다. 이런 공공재는 시장만으로는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실생활 팁
미시경제학을 알면 생활에도 쓸모가 많아요. 할인 이벤트를 봐도 ‘정말 필요한가?’를 따져보고, 한계효용이 높은 지출부터 우선순위를 두는 게 좋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층의 탄력성을 보고 가격 전략을 달리해야 하고, 개인 재테크에서도 기회비용을 따지는 습관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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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결국 미시경제학은 교과서 속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설명하는 도구예요. 점심 메뉴 선택, 명품 소비, 치킨 가격 경쟁, 배달앱 수수료 이런 걸 이해하는 데 미시경제학이 쓰입니다. 중요한 건 한계 비교, 유인의 설계, 정보의 질입니다. 이 세 가지를 알면 개인은 더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기업은 똑똑하게 성장하며, 사회는 효율과 형평을 동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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