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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경제 이야기

3억원 이상의 개인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는 코넥스시장

by T.O.X 2025. 9. 15.


주식 투자라고 하면 대부분 코스피(KOSPI)나 코스닥(KOSDAQ)을 떠올립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같은 대기업 종목들이 코스피에 상장되어 있고, 중견기업이나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에는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기업 성장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코넥스(KONEX) 시장이 있습니다. 코넥스 시장은 ‘중소·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으로, 초기 성장 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장에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 잔고 3억 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장벽이 존재하는지, 코넥스 시장은 어떤 구조와 특징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투자자와 기업 입장에서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코넥스 시장이란 무엇인가


코넥스(KONEX)는 2013년 7월 출범한 시장으로, 이름은 KOREA + NEXT의 합성어에서 따왔습니다. 말 그대로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기업을 위한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코넥스는 코스닥보다 더 이른 단계의 기업들이 상장하는 시장으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이 주요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한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사업 기반은 갖췄지만 아직 코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면, 코넥스를 통해 먼저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후 기업이 성장하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스텝업)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즉, 코넥스는 기업 성장 사다리의 첫 단계라고 볼 수 있으며, 자본시장에서 ‘엔젤투자 → 벤처캐피탈 → 코넥스 → 코스닥 → 코스피’로 이어지는 성장 경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왜 3억원 이상 개인투자자만 참여할까


코넥스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개인투자자의 진입 장벽입니다. 코넥스 주식을 매수하려면 금융투자 계좌에 3억 원 이상의 잔고가 있어야 합니다. 이 규정은 단순한 형식적인 장벽이 아니라, 투자자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코넥스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입니다. 이들 기업은 재무구조가 불안정하고, 사업 모델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코스피·코스닥 종목보다 투자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투자금을 대부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높은 위험성 때문에 금융당국은 ‘적격 투자자 제도’를 두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즉, 코넥스에 들어올 만큼 자산 규모가 있는 투자자라면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3억 원 이상’이라는 기준은 그 상징적인 안전장치입니다.



코넥스의 거래 구조와 특징


코넥스 시장은 코스피나 코스닥과 몇 가지 다른 점을 가집니다.

1. 상장 요건 완화
• 코넥스는 기업 규모가 작다는 특성을 고려해, 상장 요건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 자본금 1억 원 이상, 순이익 요건 없음, 매출액 요건 없음 등 초기 기업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줍니다.

2. 유동성 문제
• 코넥스 기업의 주식은 거래량이 적습니다. 즉, 사고팔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매매가 어렵고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 거래대금이 하루 수억 원 수준에 불과해, 원하는 시점에 매도·매수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3. 세제 혜택
• 코넥스 활성화를 위해 일정 부분 세제 혜택이나 정책적 지원이 제공됩니다.
• 예를 들어, 벤처기업 투자 세액공제와 연계되는 경우가 있어 개인의 절세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기업에게 주는 의미


코넥스 상장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자금 조달 : 은행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신뢰도 확보 : 상장 자체가 기업 신뢰도를 높여 협력사나 고객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줍니다.
성장 사다리 : 코넥스를 발판 삼아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한 기업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투명성 강화 : 상장사는 정기 공시 의무가 있어 재무제표와 경영 상황을 외부에 공개해야 합니다. 이는 기업 내부 관리 체계도 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의 코넥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코넥스 투자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고위험·고수익: 기업이 성공하면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패 시 원금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비상장 투자 대안: 보통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를 해야 하는데, 개인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코넥스는 이런 비상장 투자와 유사한 효과를 주면서도 제도권 안에서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제 혜택 활용 :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절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동성 부족, 정보 비대칭성, 높은 리스크가 존재하므로, 실제로 개인이 투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코넥스 거래의 상당 부분은 기관투자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코넥스의 현주소와 과제


출범 당시 금융당국은 코넥스가 “중소·벤처기업의 꿈의 자금조달 창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소 냉정합니다.
낮은 거래대금: 코넥스 전체 거래대금은 코스피나 코스닥에 비해 미미합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상장 매력이 떨어집니다.
투자자 제한: 3억 원 잔고 규정이 진입 장벽이 되면서, 일반 개인 투자자는 사실상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이전 상장 편중: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으로 가는 ‘통로’로서만 기능하고, 자체 시장으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코넥스가 본래 취지대로 자리 잡으려면, 유동성 공급자 확대, 정보 공개 강화, 세제 혜택 보완 같은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해외와 비교하기


해외에도 우리나라 코넥스와 유사한 시장이 있습니다.
• 미국 나스닥의 OTC 시장
초기 단계 기업이 상장하는 장외시장으로, 위험이 크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종목들이 존재합니다.
• 영국 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
런던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전용 시장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어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코넥스는 투자자 기반이 지나치게 좁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코넥스 시장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징검다리’ 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3억 원 이상 자산가 개인이나 기관만 참여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에게는 먼 시장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넥스는 벤처기업에게 자금 조달과 신뢰도 확보라는 큰 가치를 제공하며, 일부 기업은 코넥스를 발판 삼아 코스닥과 코스피로 도약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코넥스의 성패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 풀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시장 참여자의 폭이 넓어진다면, 코넥스는 진정으로 한국 경제의 ‘넥스트 스텝’을 열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